[지오의 생각] 11명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
10월 23일, 아르헨티나 법원이 대통령 남매의 혐의를 지웠다. 그런데 그 판결로 문을 나간 사람은 두 명이 아니었다. 코인을 만든 사업가까지 11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. 기사가 전한 건 대통령이 사기 혐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이었다. 내가 보는 핵심은 그다음이다. 이 재판은 사기가 있었는지를 심리하지 않았다. 이걸 사기라고 부를 수 있나만 물었다. 코인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값의 95%가 사라졌다. 그 사이 먼저 산 지갑들이 1억 달러 안팎을 챙겼다는 분석이 뒤따랐다. 판결문은 그 돈의 주인을 따지지 않았다. 법원이 남긴 문장은 이렇다. 형법이 다룰 만한 속임수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. 법이 요구하는 건 돈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아니라, 누가 어떤 말로 속였느냐다. 밀레이는 그 코인을 아르헨티나를 위한 민간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. 민간이라는 말은 손실도 민간이 진다는 뜻이다. 은행 예금과 달리 코인에는 나라가 돌려주는 장치가 없다. 판결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. 대통령이 링크를 걸었다는 사실과 그 링크를 보고 샀다는 사실을 잇는 증거는 블록체인에 남지 않는다. 남는 건 가격뿐이고, 가격은 누구의 잘못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. 항소는 아직 가능하다. 다만 항소로 판결이 뒤집혀도 먼저 판 사람들의 차익은 되돌아오지 않는다. 손실만 안고 남은 사람들이 기다린 끝에 받은 건 배상이 아니라 문이 닫혔다는 통보였다. 법이 하지 못한 판단을 시장이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. 다음에 누군가 링크 하나를 걸 때, 그 링크를 누를지 정하는 일은 여전히 각자의 몫이다.